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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문화의 구심점으로서의 문학관
글쓴이 : 한국현대문학관 날짜 : 05.01.12 조회 : 4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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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문화의 구심점으로서의 문학관

김  원  일 (한국현대문학관장)

1. 문학관의 종류

가) 종합문학관 - 종합적인 문학관은 전국 규모로 고전부터 현대까지를 포함하여 한국어로 된 모든 문학작품을 보관, 전시, 분류한 문학관으로 일종의 문학박물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는데, 아직 국내에서는 한 군데도 없고, 이는 개인이나 단체가 아닌 국가 경영형태로 만들어져야 설립되어야 할 것이다. 민족 문화 유산 중 모국어로 쓰여진 값진 문학 작품을 한 곳에 모아 보존하고 전시하는 문화적 공간이 GNP 2만불을 바라보는 시점에 아직도 세워지지 않은 점은 문화, 문학의 몰이해에서 비롯된 군사문화 잔재의 영향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각 지방의 공설운동장, 축구장, 체육시설에 비하면 정부의 문화적 투자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은 동남아 국가보다도 인구 비례 도서관 수가 인구 비례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나) 도립, 시립, 군 단위 문학관 - 우리나라는 아직 지방별로 문학관이 없다. 그 지방이 배출한 문학가나 문학의 배경이 된 지역적 특성을 기리며, 그 지방민이나 학생들이게 자기 고장 출신의 문학가나 문학 소재를 알게 하는 문학관이 필요한데도 예산 부족, 자료를 찾기 힘들다는 이유로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만 하더라도 현 단위로 그 지방 출신 문인과 문학의 배경이 된 지역에 문학관과 기념비가 헤아릴 수 없이 많게 세워져 있음을 보게된다. 일본 아오모리현은 종합 체육관 규모의 문화센터(문화관) 한 층에 아오모리현 출신 문학가들의 저서, 친필, 각종 자료가 전시되어 있음을 관람한 적이 있다. 각 도마다 많은 문학인이 배출되었고, 군 역시 마찬가지이다. 통영시의 경우 다수의 현대 문학인이 배출되었음에도 시는 종합적 문학관을 만든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한편, 남원의 경우 ‘춘향전’의 무대이므로 문학관이 설 수 있는 고장이고, 「윤선도 유물관」이나 「신재효 기념관」을 둘러보았는데 그 분들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는 유물은 전시되어 있지 않았다. 비단 실물이 없으면 이를 시각적 실내 인테리어로 커버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후 많은 문화관이 섰으나, 관청에는 문학관 운영에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다) 개인문학관 - 우리나라 다수를 점유하는 것은 개인문학관이다. 그 지방 출신 중 특별히 문학적 가치와 후세에 이름이 회자 되는 분을 기려 지방자치기관에서 문학관을 세우거나, 그분을 기리는 후학들에 의해 기념회를 만들어 세우거나, 그분 후손이 문학관을 세우는 경우이다. 근년 들어 문학관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관심 분야로 떠올라 문학인의 생가 보존 등 활성화가 되고 있으나 아직도 미흡한 실정이다. 


2. 문학관 운영의 문제점


문학관을 세울 때, 반드시 유념해야 할 점은 그 고유성과 가치성의 문제이다. 과연 이 문학관이 설립되어야 할 것인지 당위성부터 검토해 보아야 한다. 어느 분을 기려 문학적 업적을 위해 문학관을 세우거나 생가를 보존할 가치가 있어 기념관을 세우려 할 때, 다음과 같은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가) 그분의 문학적 가치가 국가적으로 세기를 넘어 영속적으로 인정받거나 추앙 받을 수 있느냐.
나) 그분의 문학이 이 지역과 얼마나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지역민의 숭모정신과 문학작품이 다음 세대까지 존경받을 수 있느냐.
다) 문학관 운영의 재정이 한시적이지 않고 영속적으로 확보될 수 있느냐.
라) 문학관의 홍보가 일반인의 관람에 관심을 끌 수 있게 충분한 가치와, 이를 위한 후원회, 관청의 협조, 시민단체의 참여 등이 튼튼하게 갖추어져 있느냐. 이를 위한 재정이 확보되어 있느냐.
마) 작품의 무대, 배경, 문학인의 삶이 투영된 장소에 문학관이나 기념관을 세울 경우 그 지역이 전국적인 관심을 끌 수 있는지, 객관적 타당성이 있는가를 점검해 보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충분한 고려가 없다면 그 문학관은 관람자 부재로 소외를 면치 못할 것이며, 유명무실해질 것이다. 공명심에 의한 문학관 운영은 실패할 확률이 그만큼 높다. 문학인의 유지를 기념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각종 문학상이 남발되어 유명무실한 문학상이 많고, 재정이 빈곤하여 중도에 그친 상도 많음이 참고가 될 것이다.


3. 문학관의 역할


문학관이 단순하게 고인이 된 분의 문학 작품과 친필 등을 전시하는 데만 그쳐서는 안 된다. 멀티 등 영상산업이 확대일로에 있고, 활자문화가 쇠퇴하는 현 시점에 과거의 낡은 책을 전시하여 관객을 모으기란 쉽지 않다. 전시관은 영상물 제작을 과감하게 도입하여 입체화시켜야 하고, 학생들의 현장 교육장이 되게 활용해야 한다. 샌프란시스코 근교에 있는 「죤 스타인백 문학관」을 관람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문학관은 작가의 대표작 「분노는 포도처럼」의 1930년 경제공황 시대의 무대를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었다. 그 시대의 풍물, 주거 방법, 서부개척민들의 삶의 자취가 그대로 드러나 관람자들에게는 당시의 선대들이 살았던 현장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산 교육장이 된다. 그러므로 문학관의 활성화를 위한 문학관 활용방법을 다각도로 검토되어야 한다.
가) 축제기간을 정하여 연속적인 행사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백일장, 기획전, 낭송회, 토론회, 연극, 공연 등을 가져 문학관이 지역문화를 선도함으로써 문학관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
나) 관청과 사회단체, 시민단체, 학교, 지역신문과 방송 등 측면지원을 받아 홍보를 통한 인원 동원에 성공해야 한다.
다) 문학관은 필수적으로 별도의 소규모 강당을 갖추어 지방의 각종 문화적 행사에 장소를 제공해줌으로써 지방 문화의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 베를린 「문학의 집」의 집은 일층에 대규모의 고급 식당을 운영하며 여기에 문화인들이 다수 이용하여 그 수익금을 운영비에 보태고 있다. 「죤 스타인백 문학관」은 중앙홀을 대규모 만찬 장소로 제공되어 지역 행사의 만찬장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다) 이효석문학관이 성공한 사례인데 가을이면 ‘메밀꽃 축제’를 벌여 평창 막국수가 지역 특별음식으로 선전되며 축제 기간 동안에는 많은 관람객으로 지역 재정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각 문학관은 그 지방의 특색을 알리는 관광자료도 함께 활용해야 하는데, 이는 그분을 기리는 문학작품을 분석하면 그 지방 향토색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이를 연계하여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라) 이무영문학축제는 풍물놀이, 사물놀이의 놀이판과 각 지방 특산품 전시 등 다각적인 행사로 시골 장날 풍경을 연출함을 보았다. 이는 음성군의 특별한 지원이 있음에 가능하다 하겠다.


한국문학관협회가 탄생된 지 1년차라 앞으로 문학관 운영에 여러 문제점이 있겠으나 이런 세미나를 통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여 문학관의 미래에 대해 함께 고뇌해야 할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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