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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최명희문학관l월례문학세미나
글쓴이 : 최명희문학관 날짜 : 08.12.09 조회 : 2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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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2일(금) 오후 7시 30분 KBS1TV를 주목하세요. KBS전주방송총국이 최명희 선생의 추모 10주기를 맞아 제작한 다큐멘터리 <어둠은 빛보다 어둡지 않다: 혼불 최명희>가 방송됩니다.


 



☞ 19일(금) 오후 7시 최명희문학관의 월례문학세미나에서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KBS전주방송총국 이휘현 PD를 초청해 다큐 제작에 얽힌 여러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갖습니다.


<최명희문학관 2008년 12월 월례문학세미나>
• 일시: 2008년 12월 19일(금) 오후 7시
• 장소: 최명희문학관 비시동락지실
• 주제: 다큐 <어둠은 빛보다 어둡지 않다: 혼불 최명희>
• 강사: 이휘현(KBS전주방송총국 PD)
• 문의: 284-0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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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문학공원, 그 곳에 가고 싶다, 미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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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여름,
그 곳에 가고 싶다, 미치도록  |이휘현 KBS PD


올해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내 나이 서른 둘. 사회초년생으로서는 남들보다 다소 늦은 감이 드는 나이다. 그만큼 더욱 깊게 몸에 배인 ‘자유스러움 (혹은 방종?)’ 탓일까. 조직 생활을 하는 게 녹록치 않다. 그렇게 팍팍한 일상의 호흡이 가빠올 때면 내 마음 한 구석에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기억의 공간이 하나 있다. 삶의 걸음걸이가 고르지 못할 때 가만히 눈을 감고 숨고르기를 할 수 있던 그 곳.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내 영혼의 안식처’라 할 만한 곳. 바로 혼불문학공원이다.

혼불문학공원은 『혼불』의 작가 최명희 선생이 깊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건지산의 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 그 곳은, 사람들의 발길이 쉬이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다. 마치 요새 같다. 전북대학교 기숙사에서 동물원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가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그 삼거리에서 송천동 방면으로 방향을 틀면 곧 혼불문학공원 입구가 보인다. 아침부터 밤까지 그 앞길에는 무수한 차들이 오간다. 하지만, 혼불문학공원 입구에 차를 대놓고 작가 최명희의 고른 숨결을 음미하려는 이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내가 우연히 그 곳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4년 전 봄의 이른 아침이었다. 전북대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던 나는 그 때 비교적 꽉 짜인 하루의 일정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아침에는 어김없이 6시에 일어나 유산소운동을 했었는데, 그 즈음 우연히 길을 잘못 들어섰다가 맞닥뜨리게 된 곳이 바로 혼불문학공원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마치 최면에 걸린 듯 테니스공만한 테두리의 나무들이 세로로 촘촘히 박혀있는 그 공원을 매일 아침 천천히 거닐면서, 항상 머릿속이 상쾌해지는 느낌에 젖어들 수 있었다. 혼불문학공원을 밤새 감싸고 있던 서늘한 공기들이 이런저런 고민들로 어지럽게 엉켜있던 내 오랜 상념들을 새벽의 이슬처럼 어루만져주는 느낌이었다.

이른 아침, 혼불문학공원에 들어서면 여명의 기운이 채 떨구어내지 못한 간밤의 적막 위로 예쁜 새소리가 울렸고 나무와 풀꽃들은 제각각 숨소리를 내었다. 나는 그 섬세한 연두빛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곳에서 나는 일상의 표면에서 부유하는 생활인이 아니라, 푸르른 것들과 하나 되는 온전한 자연인이었다. 전주를 떠날 때까지 그렇게 몇 년 동안 혼불문학공원은 나에게 쓸쓸할 때 벗이 되어주고, 답답할 때 마음을 뻥 뚫어주고, 삶이 유난히 신산스럽다 느껴질 때 상처받은 가슴을 위무해주는 어머니의 자궁 같은 곳이었다. 그 곳에서 나는 평화로움의 양수 안에 감싸인 채 잠이 든 태아였다. 아득바득 살아보겠다며 서울이라는 공간을 떠돌아다니다가도 문득 그 곳을 떠올릴 때면 짙은 향수에 젖을 수밖에 없었던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지난 해 가을 전주에 내려갔다가 혼불문학공원에 들른 적이 있다. 혼불문학공원 앞 도로를 확장공사 중이었는데, 그 때문에 공원의 멋들어진 입구가 많이 훼손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왜 그리도 쓸쓸하던지. 나는 내 소중한 것 하나를 잃어버린 것 같은 상실감에 젖어들어야 했다.

내 내밀한 공간으로서의 혼불문학공원. 수많은 추억의 상념들을 묻어두었던 곳. 혼불문학공원을 생각하며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고 있자니, 정말이지 그 곳에 가고 싶다. 미치도록. 한없이 미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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