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관보다는 콘텐츠다..-이재인(문인인장박물관장)
글쓴이 : 한국문인인장박물관 등록일 : 2008-07-08 조회수 : 10706 댓글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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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보다는 콘텐츠다
작은 것의 아름다움에 주목해야
 
이재인/경기대 교수․한국인장박물관장 
▲ 이재인/경기대 교수.한국인장박물관장.     © 박물관뉴스

[명사칼럼] 나는 8년째 테마박물관을 운영해 오고 있다. 작고 아담하지만 나름대로 긍지와 보람을 느끼고 있다. 한국의 저명한 시인ㆍ작가들의 베스트셀러에 판권으로 찍었던 옛날의 영광을 지닌 인장들도 모아 두었다.
 
이 인장을 보기 위해 각 대학교의 국문학과, 문예창작학과의 방문객들이 많다. 그 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특수 인장을 관람하기 위한 전각 동호인들이나 어린이를 동반한 젊은 엄마들의 방문도 적지 않다.

부족하지만 유럽이나 일본의 작은 전문 박물관처럼 전시물이 가치 있고, 알뜰한 것으로 꽉꽉 내면을 채우는데 주력을 해오고 있다. 나의 노동력으로 정원을 일구고 돌을 옮기고 때론 식물을 옮겼다. 내가 관장이고, 내가 안내인이며, 내가 해설사다. 이처럼 ‘멀티-노동자’이니 자연히 복장이 작업복일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 박물관을 찾아오는 방문객이 더러 내 앞에서 실수를 연발한다.
 
  “무슨 박물관이 이렇게 작아?”

  “어, 이게 개인집 같잖아?”
 
 그렇다. 우리나라의 박물관들은 대체로 크고 우람하게 짓는다. 속은 텅텅 빈 지자체 박물관이나 국․공립박물관이 아주 많다.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가는 다음 문제이고 일단 외관이 중요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겉만 화려하고 속 빈 뮤지엄이 되어 버린 감이 없지 않다.

유럽에 여행을 하다 보면 작가나 문인들이 살던 집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박물관이나 기념관으로 운영해 나가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거기에는 허식이나 가식이 전혀 없다. 오히려 그곳에는 거대한 박물관이 갖고 있지 못한 특유의 아우라(aura)가 서려 있다.  있던 그대로의 역사를 재현하고, 전통을 숭상하며 내일을 기약하려는 모습이다. 정갈하고 산뜻한 전문박물관의 모습들이다. 그래서 오히려 작고 소담스러운 기념관들이 거대한 박물관보다 더욱 인상적이며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사립박물관들은 어느 누구의 도움도 없이 ‘나 홀로’ 마련된 경우가 주를 이룬다. 선조들의 고귀한 전통이나 숨결이 느껍기에 옛것을 모은다. 그리고 그것이 넘쳐 어찌할 수가 없어, 작은 공간을 마련하여 박물관이란 현판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 크고 화려한 외식(外飾)에 길든 몇몇 방문객들의 눈에는 작고 아담한 박물관들이 시시하고 우습게 보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은 마땅히 지양되어야 한다. 크다고 다 좋은 것만이 아니다. 그것이 국민의 혈세나 수고의 댓가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무조건 큰 것만을 우선시 하는 태도야말로 넌센스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작은 것이 반드시 더 좋은 것도 아니다. 때와 장소와 테마에 따라 크기와 내면이 다를 수밖에 없고, 또 달라야 한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다양성을 주축으로 한다. 커다란 박물관도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작은 박물관이 형편없다는 인식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그 안에 값지고 뜻 있는 주제가 가진 것들이 정좌하고 있다면 좋은 일이다. 역시 외관보다는 콘텐츠가 대세인 시대 아닌가. 그리고 그것은 옳아 보인다.  
  
나는 유럽선진국처럼 작은 인장박물관을 오늘도 알뜰하게 가꾸는데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큰 것만 보아온 우리네의 관념 속에 때때로 상처를 받아왔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선진국을 다녀 본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고정관념이나 태도가 차츰 성숙되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작은 박물관이나 미술관들이 더욱 알차게 성숙하기를 응원한다.


2008/07/07 [10:31] ⓒ 박물관뉴스

 

*사립박물관뉴스에서 옮겨 싣습니다.

 

원문을 보시려면.. http://www.museumnews.kr/sub_read.html?uid=3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