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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가의 문학관이 6개나 되는 나라, 러시아.
글쓴이 : 한국현대문학관 날짜 : 05.09.22 조회 : 5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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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작가의 문학관이 6개나 되는 나라, 러시아.


 


                                                                 서영란(한국현대문학관 실무자)


 


 초등학생은 의무적으로 한 학기에 2번 이상 공연을 봐야 하고, 푸쉬킨의 시를 외우지 못하면 대학에 입학할 수 없는 나라. 예술가의 타계는 언제나 신문 1면을 차지하며, 주말이면 노부부가 허름하지만 가장 좋은 옷을 골라 입고 공연장을 찾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 나라. 이 몇 가지 사실만으로도 러시아가 가진 문화적 저력을 감히 짐작할 수 있었고 러시아 문학관 기행을 통해서 그 짐작은 현실로 구체화되었다.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처음 만난 문학의 거장은 도스토예프스키이다. 「도스토예프스키 박물관」은 작가의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여 1971년에 개관했는데, 도스토예프스키가 살았던 아파트를 개조해서 작가의 생활하고 작품을 창작했던 공간을 그대로 복원해 놓았다. 이 공간은 변형 없이 상설전시장으로 운영되며 문학관의 전시물은 작가와 관련된 그림을 그리는 현대화가의 작품을 소장품과 함께 전시하는 등 계속 교체된다.


  우리 일행은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면서 문학관을 둘러봤지만 서재, 응접실 등 각 방마다 그 공간에 대한 사진과 설명이 자세하게 적힌 안내 책자가 한쪽에 놓여 있어 전시를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어도 문학관을 둘러보는 데 어려움이 없을 듯 했다. 우리 문학관의 실정상 학예사가 1~2명 정도로 소수인 데다 여러 가지 일을 도맡아 하다 보니 개인별로 찾아오시는 방문객에게까지 일일이 전시물에 대해 설명하기가 어려웠는데 도스토예프스키 박물관에서처럼 각 공간별 안내 책자를 만들어 활용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러시아 큐레이터들에게서 한 수 배운 셈이다.


   도스토예프스키, 안나 아흐마또바, 푸쉬킨 등 대 문호의 박물관을 관람하면서 러시아 국민들의 문학에 대한 사랑과 열정, 문학가에 대한 존경심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이는 단순히 작가의 박물관을 짓고 자료를 수집하는 것에서 나아가 전시 공간을 다양하게 분할하고 각 전시품의 디스플레이 하나 하나까지 신경 써서 보다 효과적으로 관람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도록 하는 그들의 세심한 노력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푸쉬킨 박물관」에서는 푸쉬킨의 작품 제목을 따서 각 방을 이름 짓고 작가의 도서, 친필뿐 아니라 작품에 등장하는 당시의 다양한 소품을 구해 와서 함께 전시하여 작가에 대한 이해와 함께 작가가 그렸던 작품 속의 사회현실에 대한 이해까지도 넓히도록 해놓았다. 「안나 아흐마또바 박물관」에서도 스탈린 치하라는 러시아의 격변기에 시를 창작한 시인의 창작배경을 고려하여 시인의 작품과 함께 당시의 역사적 사건을 담은 영상물을 함께 상영함으로써 전시의 생동감과 입체감을 느끼게 한다.


  이와 같은 전시 방법은 한 작가의 문학관이 가지는 자료의 제한성을 극복하는 방법의 하나로 제고될 수 있다. 우리 작가들 역시 일제 강점기, 광복, 6.25전쟁 등 격동의 역사와 함께 자신의 창작세계를 펼쳐 나갔고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그들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작가가 살았던 그리고 작품에 반영된 시대와 사회에 대한 이해는 필요하다. 이에 영상이나 당시의 소품 등을 분위기에 맞게 활용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관람객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이해의 폭도 넓혀 줄 수 있을 것이다. 


   전시 공간의 활용부분에서는 벽면을 장을 짜서 자료를 천편일률적으로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와 관련된 신문, 잡지 기사, 혹은 친필자료의 일부분을 벽면에 벽지처럼 입힘으로써 입체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는 점이 신선했다. 또한 「푸쉬킨 박물관」의 경우, 벽면만을 활용하지 않고 원기둥 모양의 유리장을 설치하여 중앙 혹은 구석 공간을 활용하였다. 이 유리장은 수평의 공간보다 보다 입체적이기 때문에 문방사우나 친필 등 다양한 종류와 크기의 자료들을 전시할 수도 있다. 네모 모양의 전시대에서는 다리 부분을 램프와 연결하여 예술미를 더하면서 전시관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렸다.  


  ‘러시아 문학관 기행’을 통해 작가의 삶과 문학에 관련되는 자료들을 수집․보존하고 보여주는 일이란 어떤 노력을 수반해야 하는가. 공간 활용 및 작은 전시물 하나에 그들이 쏟는 정성에서 우리의 모습을 점검해 보았다. 도스토예프스키 박물관은 얼마 전부터 대중매체를 통해서 박물관을 광고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문학관을 세우고 행사를 치르는 일 못지 않게 보다 많은 이들의 발길이 머물 수 있게 홍보하는 일 또한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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