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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공간 ①| 최기우 서유럽 문학여행
글쓴이 : 한국문학관협회 날짜 : 07.07.28 조회 : 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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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공간]


한여름밤 꿈처럼 400년 거슬러 대문호 만나다


최기우 서유럽 문학여행


 - ①셰익스피어의 고향 스트랫포드 어펀 에이븐



 


 [사진설명]세기의 문호 셰익스피어의 고향인 영국 스트랫포드 어편 에이븐, 셰익스피어라는 이름만으로 전세계에서 수많은 여행객을 불러 모은다.




문학은 세상을 바라보는 길이다. 영국 BBC방송이 진행한 `20세기 최고의 문학가는 누구인가`란 설문조사에서 1위는 영국의 윌리엄 셰익스피어였다. 그 뒤는 「오만과 편견」의 제인 오스틴, 「1984년」의 조지 오웰, 「두 도시 이야기」의 찰스 디킨스 순이었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현대인에게 변함 없는 감동을 안겨주는 이 놀라운 작가들. 지난 달 22일부터 30일까지 소설가 최기우씨가 영국과 네덜란드에 있는 네 곳의 문학관을 둘러보았다. 셰익스피어의 고향인 `스트랫포드 어펀 에이븐`과 제인오스틴 기념관, 찰스디킨스 박물관, 안네 프랑크의 집이다.


최씨는 기행에 앞서 이런 주문을 외웠다.


"약간의 긴장과 흥분으로, 욕심껏 찾아 나선 이 길에서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셰익스피어와 제인 오스틴과 찰스 디킨즈가 스치듯 지나가만 준다고 해도, 좋으리라. 거장들의 이름에 주눅들지 않도록, 그들의 작품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문학여행의 감동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는 그의 4편 기행기를 7월 한 달 동안 매주 금요일 연재한다.


연한 자주색 라벤더가 한창인 영국 에이본 강가의 작은 도시 스트랫포드 어펀 에이븐(Stratford-upon-Avon). 런던에서 북서쪽으로 150㎞정도 떨어진 이곳은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라는 이름만으로 숱한 여행자들을 불러모은다.


셰익스피어가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생가와 학교(그래머 스쿨), 런던에서 성공한 후 돌아와 살던 대저택의 집터와 정원(뉴 플레이스), 그와 그의 가족들이 잠들어 있는 교회(홀리 트리니티)뿐 아니라, 어머니와 부인이 결혼 전까지 살던 집(메리 애든의 집·앤 헤서웨이의 집), 딸 부부가 살던 집(홀스 크로프트)과 그의 마지막 혈육인 손녀가 살던 집(나시 하우스)까지 그와 관련된 모든 것들의 자취가 넘치게 소개된다. 왕립 셰익스피어 극장에서는 1년 내내 그의 작품만 상연한다. 온통 작가 셰익스피어만의 도시. 셰익스피어로 분한 광대들이 거리에서 행인을 반기고, 상가들은 그를 앞세운 갖가지 기획상품들로 손길이 분주하다. 19세기 대영제국 시절, ‘인도와도 바꿀 수 없다’던 그가 탄생한 곳이기에 방문객들은 어디나 빼곡했으며, A4 양면에 복사된 생가안내서도 한국어를 비롯해 17개 언어로 배치돼 있었다.


사소한 흔적도 찾아내고 복원하는


생가에 앞서 방문하게 되는 셰익스피어 센터(개장 1964년)는 그의 생애와 가족사, 작품세계가 사진과 도표로 세세하게 소개돼 있다. 그가 다닌 학교에서 사용된 책상과 초판 희곡작품들도 찾아진다. 삐걱대는 나무계단이 인상적인 생가는 영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옛 목조건물이다. 고딕양식의 의자와 책상, 장갑을 만들어 팔던 아버지의 작업장, 요람·목욕통·배내옷으로 장식된 셰익스피어의 침실, 석탄과 철바구니가 놓여진 벽난로 등등 셰익스피어라는 거장도 알고 보면 우리와 다를 바 없이 삶의 애환에 웃고 울던 사람이었으리라. 참나무로 이어진 건물의 뼈대와 금이 간 돌 바닥도 눈여겨보는 게 좋다. 가능한 원래의 색을 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4백여 년 전 사람인 그의 흔적은 자연적으로 남아있는 것이 아니다. 아주 사소한 흔적들을 찾아내고, 보존하고, 복원한 것이다. 몇 번이나 반복해서 수리한 탓에 1570년대의 일상과 풍경이 충분히 전해진다. 이곳을 통합 관리하고 있는 ‘영국셰익스피어생가재단’과 이 곳 주민들의 정성에 영국의 작은 시골 도시는 더 아름답다.


일반인에게 생가를 공개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각 방마다 있는 해설사들은 “생가를 개방하지 않던 때에도 셰익스피어를 아끼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었다”고 한다. 2층 유리창에 철필로 긁어서 써놓은 나다니엘 호손, 토마스 카알라일, 월터 스코트, 죤 키츠, 마크 트웨인, 헨리 롱펠로우, 챨스 디킨스의 사인이 한 예다.


셰익스피어는 잘 나가는 문화상품


생가 주변은 온통 꽃천지다. 에이본 강이 가로지르는 도시는 곳곳에 고목이 우거져 고즈넉하면서도 경건하다. 대부분 그의 작품에 등장했던 꽃과 나무들로 채워져 「한 여름밤의 꿈」에 등장하는 숲의 요정 티타니아가 어디선가 나타날 것 같은 느낌이다. 전시관과 생가를 지나는 출구에 기념품 상점을 두어 관람객의 주머니를 잡아채는 것도, 조금은 야박하지만, 꽤 괜찮은 전술이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셰익스피어 전체를 알고자 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기대다. ‘살아 부지할 것인가, 죽어 없어질 것인가, 그것이 문제다’(「햄릿」 3막 1장)라고 머리를 싸매던 햄릿과 달리 셰익스피어는 동시대의 벤 존슨은 물론 후대의 괴테, 위고, 조이스, 스탕달, 프로이드, 라캉에 이르기까지 끝없이 찬양자들을 만들어내고, 수많은 후대 예술인들과 함께 줄곧 완성되고 있다. 작가의 고향에서 ‘셰익스피어 문화’에 젖어든 사람들에게 ‘셰익스피어 저작 논쟁(authorship debate)’도 공허한 메아리가 된다. 끊이지 않는 음모론과 가설에도 아랑곳없이, 셰익스피어와 스트랫포드 어펀 에이븐은 영국이 세계에 자랑하는 위대한 문화유산인 동시에 잘 나가는 문화상품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고전(古典)은 문명과 시대의 경계를 넘어서는 힘이 있다. ‘우리는 모두 꿈으로 만들어진 존재, 우리의 보잘것없는 인생은 잠으로 완성된다’(「템페스트」 4막 2장)던 그의 삶과 무수한 겹과 결을 지닌 그의 작품도 독자들의 다양한 해석과 보완을 통해 보편의 가치를 지닌 고전으로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었다.


 전북일보 (2007.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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