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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공간 ④| 최기우 서유럽 문학여행 - 안네프랑크의 집
글쓴이 : 한국문학관협회 날짜 : 07.07.28 조회 : 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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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공간]


악몽의 2년, 어제의 일처럼...


최기우 서유럽 문학여행


- ④ 네덜란드 안네 프랑크의 집




안네 프랑크의 집 실내




나치를 피해 일기를 썼던 은신처는 지금 매달 방문객 수가 10만 명이 넘는 유명한 관광명소가 되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안네 프랑크의 집(The Anne Frank House). 1635년에 세워진 이 상점건물은 독일 태생의 유태인 소녀 안네와 그의 가족이 숨어든 1942년 6월 14일부터 1944년 8월 1일까지 악몽을 함께 경험하며 비극적인 역사 현장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곳은 전쟁 중에 숨어있던 여덟 명의 이야기와 그들을 도왔던 사람들의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안네 프랑크는 ‘전쟁과 인종차별의 가장 훌륭한 고발’이라 일컫는 그의 일기 원본과 함께 이곳을 대표한다.


안네 프랑크의 집은 두 부분, ‘협력자’들이 일했던 장소이자 아버지 오토 프랑크의 사무실로 쓰였던 앞 건물과 안네 가족이 숨어 있던 뒤쪽 건물로 나뉜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두 건물이 통하는 문이 나오는데, 그 당시처럼 회전식 책장으로 위장돼 있다. 나치정권의 학살과 유태인에 대한 억압, 인종차별에 관한 잔혹한 사진과 자료들을 세세히 살피지 않더라도, 각 방(전시실)에 들어서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벽마다 안네의 일기 일부분이 적혀 있고 각종 시청각 자료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와, 은신하던 시기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음의 공포가 무겁게 짓눌렀을 2년여의 시간. 특히 안네 가족이 사용한 실제 물건들이 전시된 뒤쪽 건물은 ‘갇힌 자들의 삶’을 옛 모습 그대로 재현해 매번 다르지 않았을 하루 하루가 어제의 일처럼 다가와, 불안하고 끔찍하다.


‘당신도 알다시피 나의 최대 희망은 저널리스트, 그 다음엔 저명한 작가가 되는 거잖아요. 전쟁이 끝나면 가장 먼저 ‘은신처’라는 제목으로 한 권의 책을 쓰고 싶어요.’(1944년 5월 11일의 일기 중에서)


15세 어린 소녀의 간절했던 꿈. 현재 65개 언어로 번역되었고, ‘대다수 젊은 세대가 「안네의 일기」를 통해 2차 대전을 배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저명(著名) 작가가 된 소녀의 삶은, 얻기 위해 잃어야 하는 인간비극의 유장한 미학을 보여주는 것 같다.


안네 주변 사람들이 그녀에 관해 이야기하는 장면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협력자’ 중 한 사람이었던 미프 히스씨는 “안네는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배우 사진을 침실 벽에다 붙여놓았고, 숱이 풍성하고 윤이 나는 머리카락을 자랑스러워했으며 하루에도 몇 번씩 빗질을 했다”고 회상한다. 그리고 어머니로부터 항상 “너무 버릇이 없고… 말이 많으며… 너무 제멋대로”라는 잔소리를 들었다는 것도 알려준다. 말이 많고, 제가 하고 싶은 대로 고집을 부렸던 소녀 안네의 유일한 친구는 일기장. ‘키티’라는 가상인물을 향해 쓰여진 서간체형 일기문은, 편견을 가진 독재권력의 횡포를 고발하며, 부당한 권력에 희생당한 이들에게 용기와 신념을 심어주는 위대한 작품이 되었다.


한반도의 일제강점기, 그 험난한 시대의 비극을 상징할 호소력 강한 인물은 우리 문학사 어느 페이지에서 찾아야 할까?


/최기우(극작가·최명희문학관 기획실장)


 전북일보 (2007.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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