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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 속 인물 이야기_최명희문학관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23.07.06 조회 : 503

 

 




진정한 어른, 청암부인 

혼불은?

최명희 작가의 혼불1930년대 남원 매안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대하소설이다. 혼불은 매안마을의 세도가 매안 이씨 가문과 아랫몰에 있는 천민촌 거멍굴, 타성 지기들이 사는 고리배미 사람들의 이야기가 조선 후기의 생활상, 전통문화, 사상, 역사와 함께 어우러진 작품이다.

이번 스토리텔링에서는 혼불작품 속 주요 인물을 통해 오늘날을 사는 우리 모습에 비추어 어떻게 사는 것이 옳고 그른 것인지 생각해보려 한다. 

 

생애: 청암부인

청암부인은 방년 19세에 매안 이씨 종손인 이준의와 혼인한다. 남편 이준의는 결혼 사흘 만에 열병을 앓고 사망한다. 청암은 졸지에 과부가 되어 소복을 입고 시댁에 온다. 청암부인이 매안마을에 왔을 때 시댁인 종가는 참담 그 자체였다. 시아버님 이봉우는 기력이 쇠해 오늘내일하고 시어머니 보쌈마님 김씨여인 또한 껍데기일 뿐 존재감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청암부인이 오자마자 시아버님이 돌아가신다.

인명은 재천이라, 소천은 가고 이 몸은 남았으니, <중략> 비천한 목숨에 탐욕 있어서가 아니오라, 가부 잃어 텅 빈 집안에 가주가 되게 생긴 저의 전후를 살피올 적에, 저까지 정신을 잃고 수심에만 잠길 수는 없는 탓이올습니다.”∥ 「혼불742

청암부인은 친정 노비 순구(안서방)를 시댁으로 데려온다. 살림 밑천을 위해서다. 집안을 일으키고 하는 청암부인의 의지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패물을 팔아 땅을 조금씩 넓히고 악착같이 집안 대소사를 챙기며 살뜰하게 꾸려나간다. 스물다섯에는 준의의 동생 병의의 첫째 아들 이기채를 양자로 들여서 정성으로 키워 21살에 장가보낸다.

청암부인은 자신이 축적한 부를 나누기 위해 저수지를 파기로 결심한다. 그때 나이 서른아홉. 저수지 공사는 1909년에 시작해 다음 해 한일합방을 한 1910년에 완성하고 청호저수지라 명명한다. 고희를 막 넘긴 청암부인은 점점 기운이 쇠하더니 급기야 몸져눕고 만다. 병석에 누워있는 동안 손자 강모는 공금 횡령으로 파직당하고 가뭄으로 청호저수지도 바싹 마른다. 불행 중 다행으로 그토록 바라던 증손자 철재가 태어난다. 하지만 청암부인은 끝내 자리를 털지 못하고 동짓날을 하루 앞둔 저녁, 73세의 나이로 사망한다.

 

외모와 성품: 청암부인

청암부인은 큰 키에 넓은 어깨를 가졌다. 넓은 이마에 두드러진 광대뼈, 두툼한 코와 풍요로운 턱은 다부진 인상을 풍겼다. 거기다 뇌성벽력 같은 음성은 상대로 하여금 절로 졸아들게 만드는 기운을 준다. 흡사 제세의 호걸 같은 인상을 풍기어 함부로 범접할 수 없다.

청암부인이 소복에 흰 가마를 타고 신행을 오다가 잠시 객줏집 근처에 머물렀을 때다. 근방에 사는 아낙 하나가 청암부인이 탄 가마 문을 벌컥 열고는

아이고메, 신부가 과분가아? 벨 일이여이. 무신 노무 신부가 이렇게 생겠당가, 흐윽허니 참말로 요상허그만, 무섭게도 생겼네에. 호랭이맹이로, 한나도 이쁘도 안하고, 구신도 같고.” ∥ 「혼불1264

청암부인은 가마에서 내려 여인에게 벼락같이 호통을 쳤다. 그것도 모자라 여인을 매안 마당으로 불러 머리채를 잡아 꿇어 앉힌 뒤 죄를 물었다. 일본 순사가 창씨개명을 하러 찾아왔을 때도 어디 감히 여인네 내정까지 허락 없이 들어왔냐며 호통을 쳐 내쫓는다.

그녀는 불행 앞에 순응하지 않고 불행을 기언지 잡아채 무릎 꿇리어 본때를 보여주는 성품이라 할 수 있다. 나약한 남성을 대신해 시대를 호령한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다. 

 

인물 간의 관계

청암부인과 이기채

종부가 해야 할 막중한 소임은 집안의 대를 잇는 것이나 혼인 사흘 만에 남편이 죽는 바람에 그 의무를 다할 수 없었다. 다행히 시동생 병의가 큰아들 기채를 양자로 보내준다. 청암부인은 귀한 아들 기채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원체 병약해 뭘 먹여도 마땅치 않아 더욱 노심초사하며 키웠다. 집안의 대를 이어야 할 아이기도 했지만, 일생의 책무였기에 더더욱 심혈을 기울였다.

이기채는 청암부인을 닮아 총명하고 생각이 깊고 이재에 밝다. 청암부인이 나이 어린 이기채에게 저수지 공사를 의논하고 고리배미 솔숲을 두고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성정이 칼칼하고 자못 예민한 구석이 있지만 자신이 일군 재산을 능히 지킬 능력이 있는 기채에게 청암부인은 많이 의지했다. 피가 섞이진 않은 모자간이지만 보이지 않는 끈끈한 애정으로 묶인 이 둘의 관계는 청암부인을 떠나보내는 이기채의 곡진한 울음에서 엿볼 수 있다.

 

청암부인과 강모

강모는 청암부인의 손자다. 강모를 향한 청암부인의 사랑은 남달랐다. 매안 이씨 집안의 종손이기도 하지만 순한 강모가 혹여 마음 다칠까, 몸 다칠까 노심초사했다.

청암부인은 강모가 고등보통학교를 다닐 때도 전주까지 나가 직접 방을 구한다. 그만큼 강모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강모가 공금을 횡령해 징역을 살고 파직이 되어 돌아왔을 때 청암부인은 베개 밑에서 돈 300원을 꺼내 강모 손에 쥐여 준다. 손자의 일생이 돈 300원으로 발목 잡힐 것이 두려웠던 것일까? 아니면 강모가 마음의 짐을 벗어버리고 다시 새롭게 시작했으면 하는 의미였을까? 청암부인은 마지막 숨을 거두면서도 강모를 찾았다. 불러도 불러도 그리운 이름, 그건 강모였다.

 

청암부인과 효원

청암부인은 손부 효원을 남달리 아꼈다. 자신과 모든 면에서 비슷했기 때문이다. 효원은 큰 키에 흡사 남자 같은 외모이고 행동거지도 크고 호방했다.

청암부인은 효원이 아이를 갖자 세상을 얻은 것처럼 기뻐한다. 생의 희망으로 효원의 출산을 기다렸다. 그렇게 얻은 증손자가 아장아장 걸으며 예쁜 짓을 할 때마다 청암부인은 창씨개명을 허락한 걸 후회한다.

사람이 한평생을 살자면 죽기보다 어려운 고비가 꼭 있기 마련이니라. 그럴 때는 잊지 말고 내 말을 명심해라. 저 자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가 맡고 있는 책임인즉.”∥ 「혼불3162

청암부인의 혼불이 빠져나간 날, 효원은 시리도록 투명한 혼불을 넋을 놓고 본다. 그 불빛이 효원의 살 속으로 배어든다. 효원은 청암부인의 혼불을 빨아들여 청암부인과 하나가 된다. 청암부인은 효원의 몸에 살아남아 매안 이씨 가문의 앞날을 밝힐 것이다.

 

청암부인과 율촌댁

청암부인은 평소 며느리 율촌댁을 탐탁지 않았다. 단아하고 자그마한 체구와 오목한 얼굴은 누가 봐도 아름다운 면모를 가졌지만, 청암부인 눈에는 그저 범속한 아낙으로 보일 뿐이다. 실제로 율촌댁은 재산을 늘리기보다 재산을 지키는 현실 순응적 인물이다.

 

청암부인과 인월댁

인월댁은 남편 기서가 혼인 첫날밤에 사모관대를 쓴 채 경성으로 도망가는 바람에 졸지에 과부가 된 여인이다. 인월댁은 그렇게 버려진 채로 숨만 쉬고 살다가 급기야 자살을 시도한다. 다행히 청암부인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다.

사람이 살아 있으면, 마음에 품은 원이건 한이건 대상을 삼을 수 있지 않은가? 그것이 나를 세상에 있게 해 주는 끈이 되는 것이야.” ∥ 「혼불234

인월댁은 청암부인이 내준 베틀 위에서 세월을 엮는다.

인월댁은 청암부인이 사망하기 며칠 전 푸르고 둥근 혼불을 본다. 청암부인이 죽은 날 지붕에 올라가 고복을 한다.

인월댁은 종가의 지붕 위로 훌렁 떠오르는 푸른 불덩어리를 보았다. 안채 쪽에서 솟아오른 그 불덩어리는 보름달만큼 크고 투명하였다. 그러나 달보다 더 투명하고 시리어 섬뜩하도록 푸른 빛이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청암부인의 혼()불이었다.∥ 「혼불3103

성격과 포부는 다르지만 청암부인과 인월댁의 외로움은 비등했다. 둘은 남들에게 말하지 못한 속내를 털어놓으며 뿌리 깊은 아픔을 나누었다. 인월댁이 고복을 한 것도 이 둘이 오랜 시간 서로에게 의지했음을 알 수 있다.

 

청암부인과 고리배미, 거멍굴 사람들

거멍굴은 백정부터 무당까지 천민과 가난한 양민들이 어울려 살고, 고리배미는 중로와 중인이 모여 산다. 공배, 공배네, 평순네, 춘복, 옹구네, 부서방, 쇠여울네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가진 자의 도리는 나눔에 있다는 것이 청암부인의 신념이다. 청암부인이 죽던 날, 거멍굴과 고리배미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든 이유는 그녀의 신념이 주변 이들에게 가닿았음을 알 수 있다.

청암부인의 MBTI? ENTJ (지도자형)

청암부인은 ENTJ(지도자형)으로 자신감과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사람들의 공통된 목표를 위해 함께 노력하도록 이끈다. 냉철한 이성을 지니고 있으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 열정과 결단력, 날카로운 지적 능력을 활용한다. 많은 비즈니스와 단체를 이끄는 역할을 한다.

청암부인은 절대 무너지지 않겠다는 의지로 쓰러져가는 가문을 일으켰다. 나아가 자신이 축적한 부를 나누어 공동의 이익을 추구했으니 지도자형이지 싶다. 굴종하지 않는 꼿꼿함, 연약하고 부족한 것을 생각하는 따뜻함,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냉철함이 청암부인의 매력이다.

 

대추씨 같이 단단하고 깐깐한, 이기채 

생애: 이기채

이기채는 태어난 지 사흘 만에 생부 이병의와 생모 이울댁의 품을 떠나 큰어머니인 청암부인의 양아들이 된다.

이기채는 어릴 때부터 병약하여 청암부인의 애를 태웠다. 초유를 제대로 먹지 못한 탓인지 이기채는 병을 달고 살았다. 그런 이기채가 행여 잘못될까 싶어 청암부인은 애를 태워 가며 돌봤다. 청암부인의 목적은 단 하나, 아기를 건강하게 키워서 장가를 보내 종부로서 소임을 다하는 것이기에 맡은 바에 최선을 다했다.

이기채는 청암부인의 정성으로 잘 자라 21세에 미모가 출중하고 자태가 고운 율촌댁을 아내로 맞이한다. 12녀의 자녀를 두지만 첫째 딸 강련은 열병을 앓아 반편이 되고 둘째 딸은 병으로 사망한다. 다행히 아들 강모를 낳아 손이 귀한 집에 대를 잇는다. 이기채는 유약하고 책임감 없는 강모가 못마땅하다. 이 모든 것이 종손이라고 오냐오냐 키운 탓이라 여기며 늦게라도 강모를 다그쳐보지만 소용없다. 강모가 음악 공부를 하러 일본에 가겠다고 하자 바이올린을 박살낸다. 동생 기표가 막지 않았다면 강모를 향해 휘둘렀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만큼 강모를 향한 기채의 고민은 깊다. 강모가 공금을 횡령하고 파직당하여 온 날은 목침을 던진다. 이런 일은 강모가 강태와 함께 만주로 훌쩍 떠나버린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어머니 청암부인이 돌아가실 때도 강모가 오지 않자 가문의 존속에 불안을 느낀다.

대신 며느리 효원에게 조금씩 의지하게 된다. 효원의 기개와 침착한 품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강모 대신 집안일을 의논하며 차선책을 찾는다. 

 

외모와 성품: 이기채

그는 체수가 작은데다가 깡마른 편이어서, 야무지고 단단한 대추씨 같은 인상을 주었다. 무엇보다도, 그의 다문 입술과 더불어 날카롭게 빛나는 작은 눈에 예광이 형형하여 보는 이를 위압하는 것이었다. 그의 전신에는 담력이 서려 있었다. 얼핏, 놋재떨이 소리 같은 금속성이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혼불118

이기채는 외모처럼 성격도 깐깐하고 빈틈없다. 카랑카랑한 성격 탓에 집안사람 모두 이기채를 어려워한다. 덕분에 위장장애도 심해 죽으로 거친 속을 달랜다. 청암부인이 일군 재산과 종가를 단단히 붙잡고 있어야 했기에 성정이 더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 그건 어쩌면 종손이 짊어지고 가야야 할 왕관의 무게인지도. 그 무게를 견뎌야 하는 이기채에게 위장장애는 필요충분조건이지 싶다. 

 

인물 간의 관계

이기채와 청암부인

생모는 이울댁이지만 이기채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어머니는 청암부인 한 분뿐이다. 자신을 가문의 아들로 키운 사람이 청암부인이기 때문이다. 이기채는 청암부인의 사고방식과 태도를 그대로 습득한 인물이다.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면 청암부인이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으로 자신이 모은 재산을 타인에게 나누는 것이 가진 자의 도리라고 생각했다며 이기채는 아끼고 아껴서 쌓아두는 두는 것이 도리라 여겼다. 

사람이 내 마음을 추리고, 추리고, 또 추려서 균형을 잡고, 훌륭한 스승의 지도를 받아 그 자리를 밝혀 가는 수련을 하는 것이 바로 공부니라. 부디 이 갈고 닦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오직 자기를 돌아보는 것이 숨 쉬는 일처럼 몸에 익어 일상이 되도록 자신을 건사하고, 이재를 하듯이 정신을 관리해야만 정신의 토양이 비옥해질 것이다.∥ 「혼불416

청암부인을 향한 애정이 너무나 컸기에 만동이부부가 청암부인 묘에 투장했다는 사실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청암부인이 누구라고 더러운 뼈를 묻느냐며 백단과 만동이를 살점이 떨어져 나가도록 매질하며 눈을 번뜩이는 이기채의 눈에는 살기가 가득하다. 가문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종손으로서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그건 종손의 분노였고 어머니 청암부인을 향한 이기채의 사랑이 무참히 짓밟히는 치욕이었다.

 

이기채와 강모

21살에 율촌댁과 결혼해 첫 아이 강련을 낳았다. 둘째도 딸이었는데 열병으로 잃고 만다. 셋째가 아들 강모다. 종손인 강모를 애지중지 키웠지만, 나중에 여러 사건을 겪고 난 뒤 양육방식을 후회한다. 매사 못마땅했기에 강모만 보면 솟아오르는 화를 누를 길 없었다. 위장장애는 더욱 심해진다.

강모가 결혼하고 나서 벌이는 일들은 이기채를 더욱 예민하게 만든다. 느닷없이 음악 공부를 한다고 유학을 보내 달라질 않나 오유끼라는 기생 때문에 공금횡령에 파직까지 당하니 갑갑할밖에. 그것도 모자라 강모가 강태와 함께 만주로 떠나버리자 이기채는 절망스럽다. 그럼에도 종형제 강호가 그들을 만나고 왔다고 하자 장등을 내걸고 이제나저제나 강모를 기다리는 이기채의 마음은 여느 아버지와 다를 바가 없다.

평행선을 달리는 이 두 사람이 화해하는 날이 올까? 강모가 만주에서 돌아온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두 사람은 영원히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원망만 하고 관계가 끝날지도 모른다. 

 

이기채와 효원

이기채는 혼례식 때부터 효원이 탐탁지 않았다. 우선 외양이 여성스럽지 못했고 꾹 다문 입술에서 일종의 고집스러움을 느꼈다. 시댁으로 올 때 그 많은 땅문서 한 장 가져오지 않는 효원이 괘씸했다. 그러나 철재를 낳고 무던하게 살림을 사는 효원에게 조금씩 마음이 기운다.

어느 날, 이기채가 효원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만약 네가 낳은 갓난아이가 장난꾸러기 어린 시아재의 발에 밟혀 죽었다면 넌 어떻게 할 것이냐고. 효원은 첫째는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은 부모에게 불찰이 있을 것이고 둘째는 사건을 일으킨 시아재 때문에 가슴앓이하는 부모님을 위로해 드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기채는 과연 너로구나.’ 하면서 효원을 더욱 신뢰한다. 여태 팽팽한 눈으로 효원을 대했지만 긴 시간 효원을 지켜보면서 신뢰를 갖게 된다. 현실을 변화시키기보다 가진 것을 지키려는 보수의 모습을 보이는 이기채지만 효원이라는 혁신적 인물을 긍정적으로 보는 값진 눈을 가진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기채의 MBTI? ISTP <백과사전형>

ISTP 유형은 사실적인 정보를 조직하는 유형이다. 조용하고 말이 없으며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사람들이 이 유형이다.

이기채는 음성이 낮고 필요한 말만 한다. 그 시대 남편과 아버지가 그러했듯 이기채도 가족과의 소통보다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인물이다. 문제는 꼬장꼬장한 성격 탓에 타협을 모른다는 것이다. 이런 성격이 강모와의 불화, 세상과의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고 문제를 키우고 소통을 방해한다. 

만약 이기채가 E 성향의 외향적인 기질이었다면 어떠했을까? 강모를 좀 더 이해하고 발전시키려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스민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인생을 꿈꾸는, 강모 

생애: 강모

강모는 아버지 이기채, 어머니 율촌댁 사이에서 태어난 매안 이씨 가문의 종손이다. 위로는 강련이 누이가 있고 사촌으로는 강태, 강실이가 있다. 어머니 율촌댁을 닮아 외모가 출중하고 어린 티가 난다. 할머니 청암부인의 사랑을 담뿍 받는 귀한 아이다. 아버지 이기채를 무척 어려워하고 기표를 기피한다. 강실이 아버지인 작은 아버지 기응을 잘 따른다.

강모는 사촌 여동생 강실이를 좋아한다. 열여섯에 대실 마을 효원과 혼인을 한 뒤로는 강실을 보는 게 불편해진다. 강모는 첫날밤 효원의 옷고름도 풀지 않고 강실이 꿈을 꾼다. 매안으로 돌아와서도 1년 동안 효원을 찾지 않다가 청암부인의 강요에 못 이겨 울며 겨자 먹기로 데려온다.

상사병으로 죽은 친척 형 강수의 망혼제가 있던 날, 강모는 강실에게 강수형 영혼식에 가자고 제안한다. 강실은 강모를 따라나선다. 강모는 영혼식를 보다가 강실을 범한다. 뒤늦게 잘못을 깨달지만 수습은커녕 강모는 강실을 버려두고 도망치듯 전주로 간다.

강실이 일로 방황하던 강모는 접대부 오유끼를 만난다. 힘들 때 둥지가 되어준 오유끼를 술집에서 빼내기 위해 공금 300원에 썼다가 파직당하고 철창에 갇힌다. 기표의 도움으로 감옥에서 나오지만, 청암부인이 그 충격으로 쓰러지자 강모는 죄스러운 마음뿐이다. 결국 강모는 모든 이의 기대와 관심을 뒤로하고 강태와 함께 만주로 떠난다.

만주 봉천에서 오유끼와 함께 시칸방에 살림을 차린 강모는 고리배미에 살던 부서방을 만난다. 그에게 할머니의 임종 소식을 듣게 된다. 

 

외모와 성품: 강모 

강모는 체구가 작고 어려 보인다. 그러니 키가 크고 덩치가 좋은 신부 효원과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 매안 이씨 가문의 귀한 종손이었기에 발 한 번 땅바닥에 대본 일이 없다. 천성이 그러하고 자라온 환경이 그러한 탓인지 강모는 강단 없고 책임감이 부족하다. 강실을 범한 날도 강실을 담벼락에 버려두고 도망치는 것도 모자라 효원에게 분풀이하듯 잠자리를 갖는다. 여러모로 많은 이의 가슴에 생채기를 낸 인물이다.

특히 강모는 할머니 청암부인의 기대가 가장 무겁다. 아버지 이기채의 깐깐한 성품을 대하기도 어렵다. 다 버리고 도망치고 싶을 뿐이다. 거세된 욕망으로 인해 강모는 마음 둘 곳을 모른다. 

 

인물 간의 관계

강모와 청암부인

강모에게 청암부인은 가장 친절하면서 불편한 사람이다. 청암부인은 강모 일이라면 직접 발 벗고 나설 만큼 적극적이다. 귀한 종손이었기에 아기 때부터 무릎에서 내려놓지 않았다.

강모 또한 청암부인이 누구보다 편안하지만 거는 기대가 크다는 걸 알기에 버겁기 그지없다. 청암부인의 존재 자체가 강모에게는 일종의 압박인 셈이다. 항상 따뜻하고 자상한 청암부인의 사랑에 일종의 채무 의식을 갖는다. 게다가 자신의 일(공금횡령)로 낙루하신 청암부인으로 인해 강모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음에 괴로워한다.

여태 저지른 죄로도 모자라 강모는 또다시 죄를 짓는다. 만주로 도망치듯 가버린 것이다. 청암부인은 강모를 보지 못하고 죽는다. 강모는 뒤늦게 봉천에서 부서방을 만나 청암부인의 임종 소식을 듣고 가슴을 친다. 그러나 때는 늦어버리고 강모는 타국 만주 봉천에서 할머니 청암부인을 되뇔 뿐이다.

 

강모와 세 연인: 강실, 효원, 오유끼

강모는 사촌 여동생 강실을 사모한다. 어릴 때부터 둘은 사이가 좋았다. 소꿉놀이하고 연을 날리며 허물없이 지냈다. 강모는 어느 날부터 강실이 여자로 보이기 시작했다. 강실을 마음에 두자 강모는 강실이가 어려워진다. 혼인하고 돌아온 뒤로는 더욱 그러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성적 수치심이 드는 것이었다.

강모는 결국 강실과 상피를 붙고 만다. 강실을 향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 결과였다. 저질러 놓고 수습하지 않은 채 도망치듯 만주로 가버린 강모로 인해 강실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강모는 부인 효원을 두려워한다. 큰 키에 매섭고 단단한 표정도 그러했지만, 일종의 짐으로 다가와 자신을 더욱 속박하는 존재로 부상한다. 할머니 청암부인과 아버지 이기채의 굴레에서 헤매는 자신이 또다시 효원이란 굴레에 묶일 생각을 하면 숨이 막힌다. 강실을 범한 날, 흡사 미친 사람처럼 효원에게 달려들어 첫날밤을 보내고 전주가 가버린 강모는 자신과 효원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철재 또한 족쇄로 여긴다.

강모는 강실에게 저지른 일로 괴로워하다 부청 직원들과 간 술집에서 오유끼를 만나고 그녀를 300원에 사서 살림을 차린다. 오유끼는 술집 작부지만 강모가 힘들 때 옆에서 지켜봐 준 사람이다. 힘들 때 곁에 있어준 사람에게 300원이 아까웠을까. 문제는 그 돈이 공금이었기에 강모는 구청에서 파면 당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오유끼 또한 책임져야 할 대상일 뿐이라고 느낀 강모는 청암부인이 쥐여 준 300원을 오유끼에게 주고 떠나라고 한다. 그러나 오유끼는 만주까지 강모를 따라온다.

세 여인 사이에서 강모는 참으로 유약하고 책임감 없는 태도를 보인다. 강모의 우유부단한 태도에 세 여인은 고통스러워한다. 그나마 효원은 청암부인의 기를 받아 강모가 없는 가문에서 아들 철재를 키우며 안간힘을 쓰며 버틴다. 그런데도 쉽게 용서할 수 없는 강모의 외도는 효원을 내내 괴롭힌다.

오유끼 또한 의지할 데라고는 강모뿐이다. 그녀는 강모가 술을 마시고 자신을 때렸을 때도 묵묵히 견뎌냈다. 강모를 사랑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강모와 상피 붙은 것도 모자라 춘복에게 겁간당해 임신한 강실은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다. 강실을 이용해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춘복과 옹구네로 인해 강실의 앞날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 양반집 딸이기에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오히려 시대의 희생양이 되어가는 강실을 보며 양반이라는 보기 좋은 허울이 조금씩 그 민낯을 드러내면서 적응하지 못하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나약한 인간의 최후를 보여주는 듯하다.

 

강모와 강태

강모의 사촌 형 강태는 어릴 때부터 강모와 달랐다. 들과 산으로 전쟁놀이를 하며 항상 선두에 선 강태는 강모처럼 강실과 소꿉놀이하는 것을 즐기지 않았다.

강태는 사사건건 강모에게 도련님이라 부르며 비아냥댄다. 강모는 그럴 때마다 강태가 원망스럽다. 사회주의 사상에 물든 강태는 청암부인이 이룬 부를 노동자 계급의 고혈로 세운 금자탑이라며 비판한다. 강모는 한 번도 생각한 일이 없는 할머니의 부에 관한 강태의 발언이 불편하고 불쾌하다. 강모는 그런 강태에게 형도 결국에는 프롤레타리아의 우두머리가 되어 누군가를 착취하는 모순에 빠질 거라고 말한다. 둘은 그렇게 언제나 만나면 쥐와 고양이처럼 아옹다옹한다. 그러면서도 강모는 강태를 따라 만주로 간다. 멀리 바람처럼 떠나버리고 싶은 마음과 별개로 혼자는 자신 없었기에 강태와의 만주행 동참은 당연했다. 강태는 그런 강모를 뿌리치지 않고 데려간다. 만주 봉천에서 둘은 각자 따로 집을 얻어 살지만, 마음으로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된다. 

 

이강모의 MBTI? ISFP<성인군자형>

다정하고 온화하고 친절하다. 자신의 감정과 상대방의 감정에 아주 민감하다. 눈치가 빠르지만, 추진력과 결정력이 떨어진다. 감성적이라서 예술성이 뛰어나고 섬세하다. 쾌락에 빠지면 헤어나는 데 시간이 걸리고 규칙이나 틀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한다. 

강모는 종손으로 태어나 특별대우를 받고 자랐다. 하지만 강모는 그것이 자신을 옭아매는 그물처럼 느껴졌다. 음악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지만, 종손이라는 이유로 하고 싶은 일을 철저히 배척당한다. 사랑에 빠지면 해야 할 일을 등한시하고 먼 미래를 예측하지 못해 일을 그르친다. 규칙이나 틀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 ISFP의 특징이라고 하지만 강모는 규칙이나 틀을 핑계로 자신이 저지른 죄를 피해 만주로 도망치는 비열한 면도 보인다.

 

절대종부, 효원

생애: 효원

효원은 득량면 대실 마을 양반 허담의 큰딸이다. 어머니는 정씨 부인이다. 효원은 혼인 첫날 밤, 강모에게 수모를 당한다. 옷고름을 풀어주지도 않은 채 강모가 잠이 든 것이다. 자존심이 센 효원은 앉은 채로 날을 새고 난 뒤 스스로 활옷을 벗었다.

강모를 따라오게 된 시댁은 만만치 않은 곳이었다. 우선 남편 강모의 무심한 태도가 효원을 수치스럽게 했다. 시댁 온 첫날, 강모가 동경에 가야 할 것 같다고 하고는 자는 척하다 나가는 걸 보며 공방살이의 시작을 예감했다.

시어머니 율촌댁의 시집살이도 매서웠다. 다행히 효원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율촌댁에게 할 말을 다 한다. 시아버지 이기채도 효원이 땅문서 한 장 가져오지 않자 못마땅했다. 청암부인만이 다정한 손길로 효원을 감싼다.

강수의 망혼제가 있던 날, 효원은 강모에게 느닷없이 겁간을 당한다. 졸지에 일어난 일에 효원은 자존심이 상하지만, 그날을 계기로 귀한 아들 철재를 낳는다. 효원에게 이 집안의 종부로 굳건히 살아야 할 이유가 생긴 것이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청암부인이 돌아가신다. 효원은 청암부인의 혼불을 흡입하여 청암부인과 하나가 된다.

교전비 콩심으로부터 강모와 강실이 상피 붙었다는 얘기를 듣고 효원은 기함한다. 그것도 모자라 강실이가 춘복에게 당해 아이를 가졌다는 소문을 듣는다. 효원은 멸문을 막기 위해 친정마을 근처 암자로 강실을 보내려 한다.

한편 친척 시숙부 되는 강호가 만주에서 강모를 만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강호를 따로 만난다. 효원은 강호에게 강모가 오유끼와 같이 사냐고 묻는다. 강호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효원은 충격을 받는다. 강실도 대실 암자에 가지 않고 어디론가 사라져 효원은 막막해한다. 

 

외모와 성격: 효원

지그시 눈을 내리감은 그네의 모습에서는, 열여덟 살 새신부의 수줍음과 다감한 풋내보다는 차라리 일종의 위엄이 번져 나고 있었다. <중략> 아버지 허담의 큰 키와도 거의 엇비슷할 만큼 솟은 키에 허리를 곧추세우고, 어깨를 높이 펴고 있는 자세는, 더욱 그런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 ∥ 「혼불115

효원은 키가 크고 기골이 크다. 덩치만큼 기가 세고 호방하다. 시어머니 율촌댁이 바느질 솜씨를 타박했을 때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겉으로는 당당하고 드세 보이지만 효원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마음이 약하다. 그걸 겉으로 드러내 보이지 않을 뿐이다. 생각이 태도를 만든다는데 효원은 태도로 생각을 다시 세우고 버티는 인물이다. 

 

인물 간의 관계

효원과 강모

효원은 강모를 처음 본 날 조금 실망스러웠다. 나이도 어린 데다 어린 티가 나는 얼굴과 체형 때문이었다. 게다가 첫날밤에 옷고름도 풀어주지 않고 자버렸으니 효원에게 강모는 철부지 어린애 같았다.

매안에 와서도 강모는 작은사랑에만 있고 효원의 방에는 얼씬하지 않았다. 효원은 긴긴밤을 바느질과 책으로 지새웠다. 그런 시간이 길어지면 질수록 강모를 향한 원망도 커졌다.

강모가 동경으로 유학 간다는 말에 효원은 가슴이 쿵 내려앉았지만, 얼굴에 드러내지 않았다. 강모가 오유끼라는 술집 여자를 돈 주고 사서 같이 산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도 효원은 의연했다. 한편으로는 강모의 사랑을 받는 오유끼에게 묘한 질투를 느낀다.

오유끼인가 하는 당치않은 이름의 기생첩을 보았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심정이, 거울같이 깨진 가슴의 복판을 가른다. 살이 갈라진 자리에 거울 수은이 묻는다. 형언할 길 없는 아픔이 요기를 띠고 번뜩인다. 강실이.∥ 「혼불678

강모와 강실이 상피 붙었다는 이야기에 효원은 밀려오는 수모를 감당할 길이 없었다. 그렇다고 달리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다만 이겨내려 노력할 뿐 도리가 없었다.

 

효원과 청암부인

청암부인은 효원이 신행 온 날부터 효원을 아꼈다. 효원도 다른 식구들과 달리 언제나 너그럽고 다정한 청암부인이 있어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청암부인이 다정다감한 음성으로 집안의 대를 잇고 아이를 낳는 일의 중요성과 종부로서 해야 할 일을 알려 줄 때마다 효원은 다짐한다. 꼭 할머니와 같은 삶을 살 것이라고.

효원에게 아들을 낳는 일, 종부로서 사는 일은 중요했다. 그것만이 효원을 지탱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걸 가능케 한 인물이 청암부인이다. 청암부인은 자신이 남편 없는 가문에 시집와 살림을 일으키고 자손을 번창시킨 일을 들려주며 이것이 모두 종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한다. 어릴 때부터 아내와 어머니, 며느리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교육이 잘 된 효원에게 청암부인이 일러준 말들은 온몸에 그대로 흡수된다.

이곳 매안 마을 이씨 가문의 종부가 된 이상 도망가지 않고 지켜내고 더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을 효원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청암부인의 몸에 서 나온 혼불이 효원에게 간 것은 효원이 청암부인의 대를 이어 이씨 집안을 단단히 할 인물이라는 걸 말해준다. 이제 효원에게 가문은 할머니 청암부인 만큼이나 절실하고 소중하다.

 

효원과 강실

효원에게 강실은 그림자 같은 사람이었다. 언제나 조용하면서 어딘가 비밀스러운 구석이 있는 석연치 않은 사람. 눈도 마주치지 않고 시종일관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만 숙이고 있는 강실을 보고 있자면 효원은 자신에게서는 찾을 수 없는 여성스러움을 느낀다. 그런 강실이 남편 강모와 상피를 붙었다고 하자 효원은 이해되지 않는다. 그렇게 음전하고 예쁘고 정갈하기로 소문난 사람이 그런 일을 벌이다니.

효원이 미처 충격에서 헤어 나오기도 전에 춘복과 관련된 강실 이야기를 듣고 박복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자신도 남편 없이 홀로 집안을 일으켜야 하는 종부로서 박복한 인생이지만 두 남자에게 몸을 버리고 집안의 수치로 남을 강실을 생각하면 기가 막히면서 어딘가 애잔하다.

한편으로는 강실 때문에 이씨 집안이 여지없이 무너질 걸 생각하면 강실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되었다. 청호저수지 몸을 던진 강실을 살려서 친정집 근처 암자로 비접을 보내자고 제안한 것은 강실을 위해서가 아니라 집안을 위해서였다. 아들 철재를 위해서라도 집안의 흉이 되는 강실을 처리하는 것이 효원의 입장에서는 당연했다.

효원은 항아장수에게 강실을 친정집 근처 암자까지 데려다 달라고 한다. 여기서 조금 의문이 든다. 강실이를 확실하게 제거하려면 떠돌이 장사꾼이 믿을 만한 인물이어야 하지 않았을까? 거처가 분명하지 않고 여기저기 떠도는 장사꾼에게 맡긴 건 어쩌면 강실의 운명이 항아장수처럼 분명하지 않고 어지러울 것을 예견한 작가의 의도인지도 모른다. 

 

효원과 율촌댁

시댁에 온 첫날, 효원은 율촌댁을 보고 자못 놀란다. 시어머니의 외모가 남편 강모와 닮아서다. 그만큼 율촌댁은 모색이 좋고 양반집 종부로서 품위를 갖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마음은 그리 넓지 않았다. 시어머니 청암부인에게 억눌러 살아서인지 아랫사람에게는 속 좁은 티를 낸다. 밤늦도록 방에 불을 끄지 않는다고 타박하고 느닷없이 저고리를 다시 뜯어서 만들어오라며 며느리 효원을 타박하는 장면을 보면 대략 알 수 있다.

효원이 흡월정을 하는 모습에 율촌댁은 며느리를 무서워한다. 시어머니 청암부인만큼 독하고 기가 세다는 걸 실감한 율촌댁은 효원이 눈엣가시다. 강모가 효원에게 마음을 두지 못하는 것도 효원의 성품 탓으로 돌린다. 진실을 알면 율촌댁은 효원을 똑바로 볼 수 있을까? 효원을 향한 율촌댁의 비뚤어진 마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허효원의 MBTI? ESTJ<사업가형>

전통적인 가치관을 추구하며 한 번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실천력이 뛰어나다. 자기 통제력이 뛰어나고 추진력이 좋아 리더로서의 역할수행에 탁월하다. 분위기에 쉽게 휩쓸리지 않고 목표 지향적이다. 계획 없고 감성적인 사람을 싫어한다.

효원은 남편의 부재와 청암부인의 죽음으로 가문을 지켜야 하는 종부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로 마음먹는다. 지혜로우며 감정에 쉽게 휩쓸리지 않고 의연하다. 시어머니 율촌댁의 감정적인 언사에도 꼿꼿하다. 특히 강실에게 문제가 생기자 아랫사람을 시켜 일을 처리하는 모습에서 사업가형 기질이 보인다.

-최명희문학관 상주작가 김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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