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토리텔링 #1
- 이희승의 국어대사전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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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수도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에 위치한 ‘한국시조문학관’에서는 다 낡아 너덜거리는 국어대사전을 한 권 소장하고 있습니다. 이 사전은 시조 시단의 원로이신 윤금초 선생님께서 가장 아끼던 책인데요. 1960년에 발간된 이희승의 ‘국어대사전’, 이 사전을 이리저리 살펴보던 방문객 중에 이처럼 낡고 너덜거리는 책이 왜 여기 있는지 묻곤 합니다.
이 사전은 시인이 시조문학관에 기증하여 소장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전에 대한 스토리를 묻는 필자의 질문에 시인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나는 꽤나 우리 토박이말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편입니다. 대저 글쓰기란 ‘언어순화 작업’에도 한 몫을 담착해야 한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일상어의 주류 밖으로 내몰린 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흙 속에 묻혀 있는 탯말-내 어머니와 고양이 일깨워준 그 ‘영혼의 언어’를 우리는 너무나 홀대하고 있지 않은 건지? 감칠 맛 나는 토박이말을 찾아내고, 점점 잊혀져가는 우리 사투리의 어원을 찾아내어 그 본딧말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일은 문학인이 평생 천착해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연유로 윤금초 시인은 국어대사전을 마치 애인처럼 옆에 끼고 살았습니다.
세상사 이치가 그러하듯 언어 또한 강자의 언어만 살아남습니다. 지금도 세상 어느 곳에서는 소수민족들이 사용하는 이름 없는 언어들이 수없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에게 윤금초 시인의 국어사전이 시사하는 점은 무척 크다고 생각되는데요. ‘좋은 말을 필사하고 귀퉁이를 접고, 펼쳤다 닫았다’를 반복하는 사이 작가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느새 훌쩍 성장해 있기 때문입니다.
윤금초 시인이 인용한 프랑스 작가 플로베르의 ‘일물일어설’을 보면, ‘하나의 사물을 표현함에 있어 가장 적확한 단어는 단 한마디 뿐’이라고 합니다. 우리에게 윤금초 시인의 이 ‘국어대사전’ 보다 더 귀한 유물이 또 있을까. 한밤, 개구리 울음소리 요란하다. “삼다, 즉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라”는 시인의 말이 들려오는 것만 같습니다.
이희승의 국어사전을 소장하고 있는 서울 한국시조문학관은요.
서울시 서대문구 증가로 29길 12-27
여기에 있습니다.
감사합니다.